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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테라파워 차세대 원자로 사업 본격화, 원자로 제작부터 EPC까지 협력 확대

seongsu22 읽는 시간 약 5분

HD현대가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원전 기업 테라파워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본격화한다. 단순 투자에 그쳤던 양사의 관계가 원자로 핵심 설비 제작과 공급망 구축 단계로 확대되면서 미국 원전 시장을 겨냥한 사업 기반도 강화될 전망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의 상용화 및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도 참석했다. 지난 5월 HD현대와 테라파워, 현대건설이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주요 경영진이 함께 사업 방향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 투자에서 원자로 제작으로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HD한국조선해양은 당시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차세대 원전 사업에 처음 참여했다. 이후 협력 범위는 금융 투자에서 실제 원자로 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로부터 나트륨 원자로에 사용되는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대를 위해 테라파워와 추가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후 제조 가능성과 가격 경쟁력, 납품 일정 등을 검토해왔다.

올해 5월에는 HD현대가 나트륨 원자로 핵심 설비 제작·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협력의 범위가 다시 확대됐다.

테라파워 기술에 HD현대 제조 역량 결합

이번 사업에서 각 기업의 역할도 구체화되고 있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담당하고 HD현대는 원자로를 비롯한 핵심 주기기 제작을 맡는다. 현대건설은 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즉 원자로 기술 개발부터 핵심 장비 제조, 발전소 건설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HD현대는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대형 구조물 제작 기술을 원전 분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원전 시장에서는 핵심 기자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이 중요한 만큼, HD현대가 기존 생산 인프라와 제조 기술을 활용해 원자로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연간 원자로 용기 2~3기 생산 목표

HD현대는 향후 나트륨 원자로가 상용화될 경우 연간 2~3기의 원자로 용기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테라파워와의 협력이 실제 상업용 원전 건설로 이어질 경우 HD현대는 원자로 핵심 기자재 공급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건설 역시 EPC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원전 건설 분야에서 새로운 해외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원전 시장 정조준

HD현대와 테라파워가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약 95G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설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원전 시장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노후 원전의 교체 및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건설할 수 있고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의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라파워는 이러한 시장을 겨냥해 자체 개발한 차세대 원자로 ‘나트륨(Natrium)’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에서 원전으로…사업 영역 넓히는 HD현대

HD현대 입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기존 사업 역량을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선업에서 축적한 대형 설비 제작 능력을 원전 기자재 생산에 접목하고, 현대건설의 EPC 역량까지 결합하면 원전 사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MR 사업은 아직 초기 상용화 단계에 있어 실제 대규모 수주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각국의 인허가와 안전성 검증, 건설 비용, 공급망 구축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HD현대가 테라파워에 대한 초기 투자 이후 원자로 용기 제작과 핵심 기자재 공급 단계까지 사업을 확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에서 나트륨 원자로 사업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경우 HD현대와 현대건설이 실제 공급 및 EPC 사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협약을 넘어 실제 원자로 생산과 해외 원전 수주로 이어질 경우 HD현대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SMR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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